숫사자들의 전쟁: 마포고 vs 마징길레인.txt
2019.08.12오늘 퇴근하고 나서 저녁 먹고 tv 보며 쉬던 중 nat geo wild 채널을 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봤습니다.수사자들끼리 싸우다가 한 마리가 죽는 장면이었는데,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습니다.(무엇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차차 밝히겠습니다)목격자인 크루거 국립공원 관리자들조차 채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더군요. 너무 끔찍한 장면이라 잊을 수가 없다고... 저 역시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문득 검색을 해봤습니다.죽은 수사자의 이름 킨키테일(kinky tail)을 검색해봤죠.한글로 ‘킨키테일’을 쳐보니까, 웬 역겨운 일베넘이 해놓은 포스팅 하나밖에 없어서,영어 ‘kinky tail’로 검색을 해봤습니다.꽤 많이 뜨더군요.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사자였습니다. 아니, 엄청나게 유명한 사자 무리의 일원이었죠. 일반적으로 사자 무리를 영어로 pride라고 합니다.그런데, 수사자로만 구성된 무리는 coalition이라고 부르죠. coalition은 ‘연합정부, 연정’이란 의미를 지니는데, 이 단어를 통해서 서양인들이 수사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엿볼 수 있죠. 1. 마포고 무리(mapogo coalition)아무튼 킨키테일은 마포고(mapogos)라는 coalition의 일원이었습니다.이 마포고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 있는 론돌로지(Londolozi)라는 곳의 샌드리버(sand river) 일대를 약 6년간(2006-11) 지배한 수사자 무리로서, 워낙 강력하고 장기 집권했기 때문에 방송도 많이 탔고, 그래서 ‘Legend’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무리였습니다.총 6마리의 수사자들로 구성되었는데, 워낙 유명한 사자들이라 모두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마쿨루(makulu), 드레드락(dreadlocks), 프리티보이(pretty boy), 라스타(rasta), 킨키테일, 미스터티(Mr. T).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거대한 무리는 둘로 분화합니다. 암사자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킨키테일과 미스터티가 독립해서 강 북쪽으로 이동해 소 마포고 무리를 이룹니다.나머지 네 마리의 대 마포고 무리는 강 남쪽에 남아 있고요.그들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므로 전쟁을 하지는 않고 강을 경계로 하여 각자 영역을 지키며 평화롭게 지냅니다. 2. 마징길레인의 등장그렇게 약 3년이 지났을 무렵, 평화가 깨집니다.마징길레인(majingilane)이라는, 마포고 coalition보다 훨씬 어린 수사자 5마리로 구성된 또 다른 coalition이 나타난 것이죠.2010년 6월 7일 그들이 버펄로를 사냥해서 뜯어먹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그들은 관광객들의 눈에 종종 띄곤 했지만, 이 시점이 되어서는 전과 달리 매우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3. 1차전 - 마포고의 응징전쟁은 바로 그 다음 날인 6월 8일 새벽 2시 30분경 시작되었습니다.마징길레인 무리는 무섭게 포효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사자후를 토한 것이죠.이것은 그 지역의 지배자들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습니다.그리고 그 지배자들은 바로 소 마포고 무리인 킨키테일과 미스터티였습니다.마징길레인의 사자후를 들은 소 마포고는 북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그곳에서 사자후가 들려왔기 때문이죠.즉 그들은 마징길레인의 도전을 받아들여 응징하기로 한 것입니다. 두 지배자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순식간에 도전자들에게 접근합니다.그들은 마징길레인의 젊은 사자 한 마리가 쉬고 있던 작은 덤불로 다가갑니다.젊은 사자가 먼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황급히 몸을 숨깁니다.그러나 지배자들은 끈기 있게 탐색합니다. 킨키테일이 코를 킁킁거리며 도전자들의 흔적을 찾고, 그 뒤를 미스터티가 따릅니다.그들은 마침내 숨어 있던 젊은 사자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마포고 중 최고의 용사라는 킨키테일과 잔인하기로 악명높은 미스터티(별명이 satan ㄷㄷ)는 주저없이 맹공을 퍼붓습니다.1차전이 시작된 것입니다.한동안 무서운 천둥소리 같은 사자들의 포효가 사방을 뒤흔들었다고 합니다. 먼 곳에 있던 사람들까지 젊은 사자의 뼈 부러지는 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난 후, 마징길레인 사자는 양쪽 뒷다리가 모두 골절되고, 골반은 산산조각나서 사경을 헤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배에는 길고 깊은 상처가 여럿 나있었고요.승자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킨키테일과 미스터티도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고 기진맥진했습니다. 그들은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젊은 사자가 서서히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4. 2차전 - 마징길레인의 반격(제가 tv로 본 것은 이 부분부터입니다)바로 그때, 근처에서 마징길레인의 나머지 4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앞선 전투의 소리를 들으며 사건의 전말을 대충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문득 그들이 다시 크게 사자후를 토하기 시작합니다.그러자 소 마포고들도 사자후를 토하며 맞대응합니다. 용맹한 킨키테일이 더 참지 못하고 홀로 4마리의 마징길레인을 추격하기 시작합니다.그는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가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립니다.몸에는 앞서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그의 자신감은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이 얼마나 용감한 사자인지! 킨키테일의 추격을 눈치챈 마징길레인 4마리는 달아나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이때부터 믿기 힘든 추격전이 펼쳐집니다.킨키테일을 피해 도망치던 마징길레인 중 2마리가 문득 시야에서 사라집니다.마음이 급한 킨키테일은 당장 눈에 보이는 2마리를 계속 쫓습니다.그러던 중 어느 순간 사라졌던 2마리가 다시 나타나 킨키테일의 뒤를 쫓습니다.그리하여 마징길레인 2마리가 선두에 서고, 킨키테일이 그 뒤를 쫓고, 다시 나머지 마징길레인 2마리가 그 뒤를 쫓는 희한한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사실상 킨키테일이 포위된 것이죠.여기서 마징길레인이 보여준 지능적인 추격전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앞선 2마리가 뒤돌아서며 킨키테일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뒤에서는 나머지 2마리가 달려오고 있습니다.그러나 용맹한 킨키테일은 두려움 없이 앞선 2마리에게 맹공을 퍼붓습니다.그 기세에 눌린 앞선 2마리는 뒤로 물러서며 나머지 2마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5. 킨키테일의 죽음이윽고 나머지 2마리가 도착하자 그들 넷은 킨키테일을 협공합니다.킨키테일은 1:4로 싸우며 약 15분을 버티지만, 이미 그는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어디서 뭐하다 왔는지 그제서야 미스터티가 뒤늦게 도착합니다.그는 과감하게 전투에 뛰어들었지만, 적의 수가 넷인 것을 보고 주춤하며 물러섭니다.그는 자신의 용맹한 형제가 전황을 역전시키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음을 깨닫습니다.(이때 이미 킨키테일의 배에서는 내장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그러자 비로소 그는 결단을 내리고 킨키테일의 등 뒤에 있던 적을 공격합니다.그러자 마징길레인 2마리가 미스터티를 2:1로 공격합니다.이를 당해내지 못한 미스터티는 결국 패주하고 2마리가 그를 추격합니다. 나머지 2마리는 계속 킨키테일을 공격합니다.킨키테일은 다리 세 개가 부러지고 배에서는 내장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그런데, 킨키테일은 정말 대단하더군요.마치 전혀 다치지 않은 것처럼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꿋꿋이 싸웠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미스터티를 쫓아낸 2마리가 돌아와 마징길레인은 다시 4마리가 되었습니다.그리고 잠시 후 킨키테일의 등뼈가 부러지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목격자들 말로는 마치 총소리 같았다고 하더군요.그러자 마침내 킨키테일도 고개를 땅에 처박고 빨리 죽기를 바라듯 저항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강혐 주의!!!!!)마징길레인들이 킨키테일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그것도 아직 살아 있는 채로 말이죠. ㄷㄷㄷㄷㄷㄷㄷㄷ 제가 사자를 좋아해서 관련 다큐를 꽤 많이 봤는데, 정말 이런 끔찍한 건 처음 봤습니다.전문가들도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하네요.킨키테일과 미스터티가 자기네 막내를 죽인 것을 안 마징길레인들이 그 복수를 위해 그토록 끔찍한 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목격자들은 다름아닌 공원 관리자들인데, 그들은 평소 용맹한 킨키테일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동물들 일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규칙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그 끔찍한 장면을 지켜봤다고 합니다.(여성 관리자 한 명은 아직도 울먹거리더군요) 아무튼 다음 날 아침 그 현장을 다시 찾으니, 킨키테일은 머리통과 앞발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6. 그 후킨키테일의 죽음은 마포고 coalition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습니다.한동안 홀로 떠돌던 미스터티는 할 수 없이 강을 건너 대 마포고 무리에 합류했습니다.그러나 7월 9일 마포고 무리는 마징길레인 무리의 급습을 받아, 라스타가 죽고 프리티보이가 중상을 입었습니다.또한 언젠가부터 드레드락이 실종되었습니다. 마징길레인에게 당했다, 하이에나들에게 당했다, 악어에게 당했다 등등 여러 썰이 있습니다.그 후 3마리로 줄어든 마포고는 그래도 일부 지역에서 지배권을 유지했지만, 2012년 3월 16일, 셀라티(celati)라는 또다른 coalition의 4마리 사자에게 미스터티도 죽임을 당했습니다.그 후로 마포고는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2마리 밖에 안 남은데다, 그나마 너무 늙어서) 쓰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요.아무튼 이 글은 이 사이트의 내용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http://wildfact.com/forum/topic-the-mighty-mapogos?page=6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들어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동영상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가셔서 kinky tail이나, mapogos, mapogo lions 등으로 검색하시면 영상이 많습니다.(엠팍 스몰츠 용수님꺼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