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영어두 번째 인터뷰 대상은 현재 YBM 종로 센터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계시는 오영일 선생님이다. 구원 선생님 다음으로 또 어떤 선생님을 만나볼까 고민하고 있던 중에 대표님으로부터 소개 받은 선생님이다.
대표님께서 나에게 오영일 선생님의 연락처를 넘겨 주시며, “그분은 일반 학원강사 같은 느낌이 아니에요. ‘강사답지’ 않은 분이에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강사답지 않은 강사라, 과연 어떤 분이시기에 사람 하나는 정확히 꿰뚫어보는 우리 별별선생 대표님께서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궁금한 마음 가득 안고 종로로 발걸음을 향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선생님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그 모든 것들을 여기에 다 담을 수는 없어서, 내 인상에 가장 깊게 박혔던 키워드들 몇 가지를 중심으로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정리해봤다.
다음부터는 오영일 선생님의 이야기.
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
어렸을 때부터 영어 강사가 되고 싶은 꿈은 없었고요, 그냥 어떻게 우연한 계기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는데, 강사가 되고 나서 이 곳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저런 수업들을 해 보면서 저는 막 카리스마 있게 수업을 끌고 나가는 성향의 사람이 못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주입식 강의라든가, 시험성적을 끌어 올려주는 식의 강의도 저랑 안 맞더라고요. 수업에서 이런 저런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저는 뭔가를 만들어서 알려주고 전해주고 가르쳐주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얻고, 그 반응을 보고 또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콘텐츠로 승부 보는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말해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에요. 첫째, 지금처럼 YBM에서 영어 회화 강의를 뛰고 있고요. 둘째,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게 있어요.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셋째, 에스제이더블유인터내셔널이라고 나와 있는데 여기가 시원스쿨이거든요. 시원스쿨에서 또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해보고는 있는데, 그 외의 것들은 실은 다 취미죠. 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이에요.
▲ 오영일 선생님의 이력 사항
최근에는 이런 걸 시작했어요. 네이버 오디오클립이라는 앱이 있는데요. 일종의 팟캐스트, 라디오비슷한 거예요. 영어 왕초보 대상이고요. 제가 청크를 하루에 몇 개씩 알려 주면, 듣는 사람들이 그 청크들을 활용해서 문장을 직접 만들어보고 말해보게 하는 거예요. 댓글을 올릴 때 자신이 녹음한 파일을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문장을 그대로 읽은 것을 녹음하게 하는 것들도 많이 봤는데, 저는 기존의 문장을 그대로 읽게 하지 않고,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활용해서 본인이 직접 문장을 만들어서 녹음을 하게끔 합니다.
▲ 네이버 오디오링크: 오영일의 청크 영어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47 | 댓글에 자신의 녹음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과거에는, 제가 게임하는 걸 좋아해서요. 영어 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보드게임도 많이 만들어봤고요. 그 외에 영어 동요도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봤어요. 노래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서요. 멜로디, 가사와 전체적인 콘셉트(스케치)까지 제가 직접 작업을 다 하고요. 전문적으로 음향 작업할 줄 아는 사람 찾아서 부탁 드리면서 적당한 페이를 드리면 잘 만들어 주시거든요. 대충 멜로디랑 가사까지 밑작업 다 하고 나서 전에 먼저 유치원 선생님 하고 있는 지인한테 줘 봐요. 그래서 아이들의 반응을 봐요. 그래서 엇, 이거 먹히네? 싶으면 이런 식으로 진짜 음악으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업로드 해 봐요.
▲ 오영일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영어 동요 | 주니어네이버
오영일 선생님의 키워드: “청크 영어회화”
처음에 청크 영어회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거예요. 하루는 여기 근처 종로 생선구이집에 가서 생선을 먹는데, 생선살이 참 맛있는 거예요. 그런데 뼈를 발라내는 게 너무 귀찮더라고요. 귀찮아서 많이 안 먹게 되었어요. 누가 생선뼈를 다 발라서 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싶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영어도 뼈를 다 발라서 떠먹여 주면 잘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청크 영어회화라는 개념을 만들게 되었어요.
청크라는 개념은 제가 새롭게 창조한 건 아니고요. 기존에 있던 개념인데 제가 좀 더 보완하고 활용해본 거죠. 청크란 쉽게 말해서 ‘덩어리’를 의미해요. 말의 덩어리. (교육학과 출신 김별별의 부연: 보통 아이들이 처음에 말을 떼고, 무언가를 기억하게 할 때 말을 낱낱의 단어로 알려주기보다는 의미를 묶어 덩어리째로 던져 주면 아이들이 더 잘 기억하고 습득하게 되는데 이 때 그러한 말의 덩어리를 교육학 용어로 ‘chunk’라고 합니다.)
(김별별의 중간 질문: 지금 보여주시는 영어 청크 구문들이 굉장히 쉬운 수준의 영어인데, 수능까지 마친 성인들이 보기에는 엄청 우습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에 대한 반응은 없는 건가요?)
이렇게 구문만 놓고 보면 굉장히 쉬운 표현들이긴 하죠. 그래서 학생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제가, 그러면 “혼자서 세계여행 다니고 싶어서 영어공부 합니다.”를 영어로 말해봐,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게 하잖아요? 어버버버 말 못하는 사람들 많아요.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은 많이 달라! 그러면 다들 부족함을 알고 잘 따라오더라고요.
제 수업의 주 수강생은 직장인들이고요. 대학생, 휴학생, 5~60대 어르신 분들도 많아요. 생각보다 5~60대 어머니들이 제 수업을 되게 많이 찾으세요. 그런 분들은 대개 삶에 여유가 좀 있는 분들이신 경우가 많은데, “나 윤여정처럼 영어 하고 싶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수업 시간에도 우스갯소리로 나는 5~60대 어른 분들만 가르치고 싶다, “어머니들의 엑소(EXO)가 되고 싶다”는 말도 많이 해요. (웃음) 영어를 못하던 사람이 잘하게 되도록 돕는 게 보람이 크더라고요. 저 역시도 처음엔 영어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영어 실력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면, 원래부터 영어를 잘했던 사람이 더 잘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것보다는 영어를 원래 못했던 사람들이 점점 잘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이 트이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접근성과 연습량
제 수업 들으시는 분들 중에는 토익 고득점자들도 많고 영어 전공자도 많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만을 해요. 누구나가 다 공감을 하겠지만,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만으로는 입이 트이기는 힘들어요. 저는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제일 중요한 게 두 가지예요. 첫째가 접근성, 둘째가 연습량. 일단 접근이 용이해야 해요. 일상에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충분한 연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직접 스스로 연습을 반드시 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요. 직접 녹음해서 올리게도 하고, 영상을 찍어서 올리게도 해보고요.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해
저는 사람마다 다 베이스가 다르고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의 교수법 하나만으로 모두가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단 한 번도 내 수업이 최고다, 내 것이 제일 훌륭하다, 하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제 팸플릿을 만들 때에도 저는 그냥 제가 상 받은 것들, 팩트만 나열해놓을 뿐이에요. 어떻게 보면, 강사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수업을 듣게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할 테지만, 저는 강사로서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는 것 같고요. 궁극적으로는 강사의 도움이 없이도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강사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내 수업 아닌 다른 수업들도 많이 들어보고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김별별의 끼어들기: 얘기를 들어보니 선생님이라면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 본인만의 비판적인 견해라든가 비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거 전혀 거창한 거 없고요. 저는 단지 사람들이 영어를 꾸준히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 그걸 바라는 것뿐이에요.
실은 나와 오영일 선생님은 그 날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차마 이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다. 그리고 왜 대표님께서 “그 분은 ‘강사답지 않은’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셨는지도 충분히 이해했다. 수습 기간이 점점 끝나가는 중에 나 역시 별별선생이라는 서비스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영일 선생님은 정말로 우리가 으레 보통 생각하는 “학원 강사”답지 않은 분임이 분명했다. 교육학을 전공했던 나였고, 한때는 나 역시도 교육자를 꿈꾸었던 사람으로서, 이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실은 내가 굉장히 생각이 많아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이 뚜렷하고 또 거기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선생님의 모습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본받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왜 대표님께서 지금 이 타이밍에 나에게 오영일 선생님을 소개해주셨는지도 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당시, 그리고 바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