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국가직 9급 공채 교정직에 합격하게 된 남자 수험생입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수험생활 초기에 어려움과 생소함도 많았고, 슬럼프도 여럿 겪었기 때문에 수험생 여러분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선배 분들의 합격수기들을 읽으며 흐트러진 마음을 잡고 궁금했던 점에 대한 해답을 많이 얻어 수험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내가 합격을 한다면 후배들을 위해 합격수기를 써야지.”라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더 일찍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지만, 서류접수에, 사전교육에, 아르바이트에... 이것저것 할 게 많았다면 비겁한 변명이겠습니다. ㅠㅠ 하지만 늦은 만큼 정성들여 쓴 합격수기를 보고 많은 후배 분들이 도움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Ch.1 : 과목별 공부방법
사실 이렇게 공부하면 된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자신이 없네요. 수험생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과 잘 맞지 않는 방향일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이 공감가시는 부분들만 얻어가신다면 도움이 되실거라 생각됩니다.
국어 : 과거 방식이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올해 4월 국어 필기시험을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동안 국가직 국어시험이 지방직이나 국회직보다 다소 평이하게 출제되어 왔거든요. 하지만 올해 문법의 비중과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고, 한자, 고사성어가 등장하여 많이 놀랐습니다. 정작 많이 출제되었던 국가직 대표경향 문제들은 거의 보질 못했네요.
국가직 국어는 어렵지 않으므로, ‘간소한 문법강의에 기출문제만 들입다 많이 풀면 된다.’던 과거 통념이 올해부턴 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서울시, 지방직 못지않게 국가직 대비 역시 철저히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강의를 들으실 때, 기본강의 뿐 아니라 심화강의 또한 학습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영어 : 꾸준한 공부가 성적을 오르게 합니다.
영어는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과목이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암기과목처럼 공부한 만큼 성적에 직결되지 않는 밑 빠진 독같은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영어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끊임없이 부울 수 있는 꾸준함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공들인 만큼 점수가 안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 조금 조금씩 내공이 쌓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는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지만, 계단모양처럼 어느정도 내공이 쌓이면 점수가 급격히 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법, 독해, 어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셔선 안됩니다. 이해만 하실 게 아니라 암기를 통해 쒜기를 박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기를 무시하고, 이해만 강조하는 학습법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입니다.모든 것이 중요하므로 꾸준히 준비하신다면, 성실한 만큼 점수로 보답받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영어공부는 매일 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한국사 : 이해보단 암기가 중요합니다.
흔히 이해만 하시고 암기에 소홀한 경우가 많으신데요. 사실 이해보다 암기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도 외운만큼 (그만큼 성실한 만큼) 성적으로 바로 반영이 되므로 성적향상의 기쁨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전략과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전략과목이니만큼 고득점을 목표로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요약집 같은 것에 맹신하여 공부하시는 경향이 많은데요, 올해 시험에서도 증명되었듯이 결코 써머리로 고득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갈수록 지엽적인 부분을 많이 물어보는 한국사의 과목 특성상, 버겁고 힘들더라도 두툼한 기본서로 내공을 쌓으시길 바랍니다.
형사소송법 + 교정학 : 습관적으로 용어가 튀어나오도록 친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교정직에 뜻이 있어, 다른 직렬과 병행하여 준비하기보단 교정직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하였습니다.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과목도 형소법과 교정학이라는 오리지널 전공과목을 소신있게 선택하였습니다.
저도 처음 준비할 때 많이 낯설었습니다. 책에 써있는 용어가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아들을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하였죠. 실제로 낯선용어와 친해지지 못하고 쉽사리 포기해버리는 수험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막상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용어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복습할 때 수차례 곱씹으며 공부를 하다보면 금세 익숙해지는 것이 법률 용어입니다. 공부하시다가 낯선 법률용어가 나오면 대충 그런 뜻이 있나보다~ 란 식으로 넘기세요. 그 뒤로 수없이 같은 용어가 나오면서 차츰 그 용어와 친해지고, 완벽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2년간 공부를 하다보니,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했던 용어가 가끔씩 튀어나오네요. 법률 용어에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공부해보시면 막상 별거 아닙니다.
한 가지 첨언을 드리자면, 교정학을 준비하시면서 선택과목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전략적 차원에서 행정학+사회 과목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지만, 형사소송법+교정학 선택을 통해 집중적인 수험전략도 좋은 점이 많다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공무원보단 교도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저와 같은 선택과목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합격 후 연수원에서 다른 합격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근무지 선택 우선순위를 얻을 수 있고, 향후 7급공채나 승진시험에서도 유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정직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Ch.2 : 생활습관
독학을 못하는 분들께...
사실 저는 독학을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완강하지 못해서 동영상 강의를 들어도 계속해서 밀리기 일쑤였죠.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할 때, 다소 번거롭더라도 학원 실강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실강을 들은 후에 복습을 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집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인근 독서실을 이용하자니 또 저의 의지박약 때문에 복습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노량진에는 학습관리를 해주는 관리형 독서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남부고시학원 스파르타과정을 알게 되어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형식적으로만 관리를 해주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침 일찍 등원부터 밤늦게 하원까지 매 교시 학원직원 분들과 도우미 분들께서 꼼꼼히 출석관리를 해주셔서 공부하는데 나태함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 월 모의고사를 통해 저의 학습 수준도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었네요. 주기적으로 상위권학생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수여해 주셨는데, 저도 받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아쉽게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합격으로 보답을 받긴 했지만요.
자신의 의지가 남들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나태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원하는 분들은 남부 스파르타 과정을 선택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계획적인 생활, 생활의 단순화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합니다. 생활리듬이 일정치 않고 복잡하게 되면, 계획적인 공부도 어렵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는 경기도 안양에서 노량진으로 통학을 하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04:50 – 기상, 세면
05:10 – 집에서 나옴
05:18 – 버스 탑승
(당시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지하철 첫차를 탈 수 있는 버스가 저희 집앞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확인하여 그 시간에 맞춰 버스를 매일 탔습니다.)
05:31 – 명학역에서 광운대행 첫차 탑승
06:03 – 노량진역 도착 (정시성이 잘 지켜지는 교통수단이기에 연착된 적은 거의 없었네요.)
06:10 – 스파르타건물 도착하여 자습실에서 06시40분까지 단어암기
07:00 – 강남교회 아침식사
07:30 – 아침식사 마치고 스파르타 건물 오는 길에 오전수업 강의실 맨 앞자리 맡아두기
...
(너무 양이 많아 이쯤에서 중략하겠습니다.)
이처럼 1분1초까지 정밀하게 분석하셔서 계획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매일 패턴이 달라지면 몸이 계획에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단순화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금 일정 동일, 토요일은 조금 여유있게, 일요일은 알바)
너무 정밀해서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의심이 드시겠지만, 몇 주 동안 꾸준히 하시다보면 굳이 시계를 보지 않으셔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머리싸움이 아니라 엉덩이 싸움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공부를 못했는데, 합격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고졸입니다.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합격하신 분들 중 공부를 잘하셨던 분은 드물거든요. 물론 저도 고졸학력임에도 당당히 합격을 하였습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은 선생님들께서 알아서 쉽게 잘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선생님께서 이해시켜주신 부분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해하신 부분을 복습하시는 것이 결코 머리로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의자에 엉덩이를 오래 붙이는 자만이 많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점수로 직결시키는 겁니다. 수험 초기에 어떤 분께서 “성실한 자만이 이곳에서 성공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여러분들도 이 교훈을 마음에 새기셨으면 합니다.
노량진에서 친구는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스터디 하지말라 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스터디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단점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수험생활을 하며 많은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터디를 하신다지만, 사실 고독감을 달래기 위해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스터디가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래 목적인 공부보다 친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친목이 나쁘냐구요? 적어도 노량진에선 독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1분1초단위로 정밀한 계획을 통해 생활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수험생활에 친목이 가미되면 정밀한 계획이 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점심을 먹는 시간을 13:15~13:35로 잡았습니다. 대기 줄이 줄어드는 평균속도와 저의 밥을 먹는 속도를 고려한 합리적인 시간대입니다. 13:35분에 식사를 마치고 오후수업을 위한 예습을 13:40분부터 하기 위함이었죠. (20분간의 예습효과는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된 어떤 분과 식사를 함께 먹게 됐다고 합시다. 그분께서 오전수업이 길어져서 13:30분에 오십니다.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다보니 식사시간도 길어졌구요. 밥만먹고 헤어지기 뭐해서 버거킹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대화를 합니다. 어느새 오후수업이 다가왔네요. 얼른 헤어지고 오후수업에 들어갔지만 이미 예습은 하지 못했죠. 그만큼 여러분은 손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수차례 누적이 된다면, 앞으로 수업진도를 따라가는데 적지 않은 에로사항이 될 것입니다.
기상스터디, 밥터디 등 다양한 변종 스터디도 등장하는데, 결국 스터디 자체가 독이므로 잘 판단하셔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셨으면 합니다.
(But 필기 합격 후, 면접 스터디는 필수입니다.)
문명과의 단절은 수험생의 숙명입니다.
수험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저는 스마트폰을 처분하였습니다. 요금제는 최소요금제로 바꿨고, 핸드폰은 엄마가 쓰시던 폴더폰을 사용했습니다. 카카오톡과 SNS는 수험생활 동안 잊으셔야 합니다. 원래 핸드폰 자체를 쓰지 않으려 했지만,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하여 최소안의 통화나 문자만 할 수 있는 수단인 폴더폰만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수험생활에 최소한의 소통구라도 필요하지 않나요?”
아니요, 수험생에게 유일한 소통구는 성적향상입니다. 성적이 올랐을 때의 쾌감은 SNS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드라마나 예능 챙겨보는 것도 포기하세요. 그 시간에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섭섭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그 시간에 적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습니다.
수험생 이라는 꼬리표에 부끄러워 하세요.
간혹가다 노량진에서 ‘노량진 수험생’이라는 꼬리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부는 쥐뿔도 안하시면서, 남들 보란 듯이 두꺼운 기본서를 굳이 껴안고 거리를 활보하시고 SNS에 당당히 사진까지 올리십니다.
전 일요일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유지하였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부끄러워서 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나이 먹고 직장조차 구하지 못하고 공부만 해서 항상 부모님께 죄송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주변사람 만나기조차 민망했죠. 그런 부끄러움이 저를 노량진에서 빨리 탈출하도록 종용하였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부모님의 조력으로 학업을 이어가십니다. 그럼에도 노량진 수험생이란 딱지를 자신을 빛내는 용도로 활용하는 염치없는 분들이 많아요. 얼른 반성하시고 그 딱지를 부끄러워하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이라는 증표가 위대한 것이지, 수험생이 위대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간절해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는 하루에도 수없이 교도관 복장을 입은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교도관이 된다면 수용자에게 어떤 교도관이 될 것인지, 돈을 어떻게 모아서 결혼을 하고 몇평짜리 아파트를 살 것인지 등 저의 미래를 상상하며 공부하였습니다. 그런 상상이 모여 간절함이 되었고, 그 간절함이 합격이란 마법을 빚어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독서실, 도서관 책상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계시는 수험생 여러분
많이 힘든 것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정말 힘겨웠습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외로운 싸움에서 이기신 후 현직에서 저의 좋은 동료가 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차분하게 또는 다소 감정적으로 수기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솔직하게 써내려갔네요. 졸필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